번호：20   
[미스터 굿데이] 이문세, 추억 충전 "애들은 가라"
 
 
문세와 빨간 내복, 그리고 심수봉과의 관계는?　이문세가 지난해 3월 "기억이란 사랑보다"를 타이틀로 한 13집 앨범을 낸 지 1년6개월 만에 14집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빨간 내복" "내사랑 심수봉" "유치찬란" 등 30∼40대의 그 시절 그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소재들로 꾸며진 복고풍 앨범이다. 11집 앨범 "조조할인"에 이어 또 한차례 386 또는 475세대들에게 정겨운 옛날을 회상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어렸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인생의 철학도 목표도 없었지만 누구 때문에, 또는 일 때문에 마음 상하지는 않았던 시절이었죠. 오늘 하루 잘 놀고 잘 먹으면 행복하던 때였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지만 도시화되고 고속성장해 복잡해진 사회에서 가끔씩 추억하며 휴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빨간 내복과 심수봉　앨범의 오프닝곡인 "빨간 내복"은 어린 시절 꼬마들이 입고 지내던 빨간 내복을 말한다. 월급날이면 늘 막걸리 한잔 걸치시고 풀빵 한봉지 사들고 들어오던 아버지와 누런 월급봉투, 빨간 내복 차림으로 아버지를 반기는 꼬마들의 모습은 중·장년층 세대들로 하여금 아련히 떠오르게 하는 옛 추억이다.
이문세는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마음을 경쾌하면서도 애절한 음색에 담아 진한 공감을 일으킨다. "빨간 내복"은 동양계로는 처음으로 미국 버클리 음대를 수석졸업했다는 여성 작곡가 김미은씨(25)의 작곡가 데뷔곡이기도 하다.

"그때 그사람"의 멜로디가 삽입된 "내사랑 심수봉"은 70년대와 80년대의 대학문화와 성인문화의 상징적인 가수 심수봉을 통해 우리 문화의 발자취를 돌이켜보고 불황시대에 바치는 인생 응원가다. 절친하게 지내는 노영심이 작사·작곡·편곡했다.

래퍼로 참여한 양동근　어린 시절 은어로 사용하던 말을 제목으로 쓴 "유치찬란"은 사랑 이야기를 유치하게 표현해보자는 느낌으로 이문세가 곡을 썼다. 랩이 8마디가 필요해 이문세가 직접 해보았으나 그야말로 유치찬란해 웃음만 나왔다. 부녀지간(?)처럼 지낸다는 개그우먼 박경림이 "아버지, 양동근이 어떠세요" 하고 추천을 해왔다.
당시 드라마 출연으로 바쁜 스케줄임에도 녹음 스튜디오에 온 양동근은 무척 내성적으로 말수가 적었지만 일단 녹음작업에 들어가자 고기가 물 만난 듯 랩을 구사했다. 본인이 더 신이 나는지 "형님, 조금만 더 해보면 안 될까요" 하고 요청을 해 당초 예정했던 8마디가 32마디로 늘었다. 솔 느낌의 신인 유망주 앤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19세 미만 청취금지　어떤 기관이 아닌 이문세 본인이 앨범에 붙인 경고 스티커다. 청소년들이 듣기에 선정적·폭력적이어서가 아니다. 19세가 넘어야 이번 노래를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다는 애교 섞인 메시지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앨범판매에서도 독특한 서비스를 채택하고 있다. 직접 음반매장으로 가서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그들의 편의를 위해 ARS 1544-5858(일어서서 오빠오빠)로 전화주문을 하면 원하는 곳으로 배송한다는 것. 이문세의 육성으로 음악에 대한 설명을 듣고 미리 음악감상을 한 후 주문할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이다.

인기는 한때지만 음악은 영원하다.　이문세는 지난 99년 "제1회 독창회"를 가진 이후 독창회→음반→독창회→음반→… 하는 활동을 거듭하고 있다. 자연히 방송출연을 별로 못했는데 그러다 보니 일부 팬들로부터 "요즘 왜 활동이 뜸하세요?"라는 우려 섞인 질문을 받기도 한다.
TV에서 가수의 모습을 자주 봐야만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우리의 잘못된 문화 때문이다. 이문세는 사실 방송활동 많이 할 때보다 더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다.
"음악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더 오래 할까. 그 해답은 필드에서 공연 열심히 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후배들에게 "문세형 나이 돼서 음악만 해도 생활이 영위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해주고 싶었어요.
인기는 한때지만 음악은 영원하다, 조급해하지 말아라 하는 메시지를 심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문세는 김조한을 존경한단다. 그룹 솔리드의 인기가 끝났을 때 김조한도 끝나는 줄 알았는데 지금 그는 음반과 공연활동을 병행하며 한국 R&B 최고의 가수가 돼 있다.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전국 투어와 해외 공연까지 80회 라이브 무대를 가졌던 이문세는 내년 3월부터 또 한차례 전국 투어와 해외 공연의 대장정을 펼칠 계획이다.

음악에 전념하기 위해 사업은 접었다. 친구인 박상원과 함께 차렸던 종합 엔터테인먼트회사 WAD는 올해 초에 접었다. 그전에는 박상원과 앉으면 꿈과 이상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사업을 시작한 다음부터 자금조달이니 펀딩이니 하는 골치 아픈 이야기만 하게 된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가수활동 재개를 위해서는 더욱 머리를 깨끗이 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굿데이) 홍성규 기자<saint@hot.co.kr >

  
 
작성일：200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