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21   
도서전문 프로그램 K1 라디오 ‘이주향의 책마을 산책’ 출연
  “밖에서 하루종일 일하고 들어오면 ‘헤헤’거리면서 TV 시트콤이라도 보고 푹 쉬고 싶은데,아내가 별 것도 아닌 걸 갖고 ‘나 심각해’하면서 가정사를 얘기하면 정말 피곤하죠” (가수 이문세)

“그래서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어요” (이주향 교수) “여자는 꼭 해결책을 찾겠다는 생각에서 남자에게 그런 걸 얘기하는게 아니에요. 뭐랄까,그저 투덜대는 정도라고 할까요. 남자가 ‘어,그럼 어떡하면 되지?’하면서 조금만 부드럽게 대답해주면 되는데” (가수 장필순) “이 책은 저에게 많은 가이드가 됐어요. 솔직히 결혼 전에는 남편에게 잘 해주지 않았어요. 남자는 여자가 자기 것이 될 때까지 잘 해주는데 여자는 상대방이 자기 남자가 된 뒤부터 잘해주는 것 같아요” (피아니스트 노영심)

26일 오후 서울 홍익대 앞의 유명한 북카페 ‘리브로’. 남녀의 차이점과 서로에 대한 이해의 방식을 설명한 베스트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금성에서 온 여자’를 놓고 진행자와 초대 가수들이 둘러 앉아 각자의 경험담을 위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카페를 가득 채운 부부,연인,친구사이 등 40여명의 방청객들은 따뜻한 커피 한잔씩을 마시며 이들의 대화에 귀기울인다. 따분하기 쉬운 책 얘기를 가수들이 재치있게 풀어 말하고 진행자인 수원대 철학과 이주향 교수는 이를 요령있게 정리해 ‘독서토론회’의 틀을 유지한다. 가수들이 내내 독서담만 늘어놓을 수는 없다. 장필순이 통기타를 치며 애조띤 곡 ‘혼자만의 여행’을 부를 때 방청객들은 사르르 눈을 감고 감상에 빠졌고,이문세가 장난스런 율동과 함께 ‘내사랑 심수봉’을 열창할 때는 다들 흥겹게 박수를 치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글자 그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국내에서 유일하게 매일 방송되는 도서전문 프로그램인 KBS1 라디오 ‘이주향의 책마을 산책’(수도권 FM 97.3㎒·오후 8시5분) 공개 녹화장의 모습이었다.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청취자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독서를 권장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제작진이 처음 시도하는 ‘책이 있는 작은 음악회’였다. 제작진은 좀 어색한 자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방청객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열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온 주부 정소희씨(36·서울 목동)는 “책과 음악이 접목된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즐거워했다. 힘을 얻은 ‘책마을’ 팀은 앞으로 같은 형식의 공개녹화편을 매달 한차례씩 정기적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김홍철 PD는 “책이 주는 무거움을 덜기 위해 새로운 형식을 도입해봤는데 참가자들이 상당히 만족하고 돌아가 다행이다”며 “가수들이 책을 미리 읽어야하고 라이브 실력도 돼야하기 때문에 출연 섭외에 어려움이 있지만 앞으로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책마을 산책’은 ‘뉴스와 책읽기’ ‘저자와의 만남’ ‘문단 이야기’ ‘책과 영화’ 등의 코너로 구성돼있다.

한달간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는 성인이 56%나 된다는 한국갤럽의 ‘독서실태 설문조사’ 결과가 최근 나온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이 교양과 오락의 성공적 결합을 보여주는 작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까. 1회 ‘이문세+장필순’편은 오는 30일,2회 ‘유리상자+박화요비’편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전파를 탈 예정.


(국민일보) 김호경기자 hkkim@kmib.co.kr		  
 
작성일：2002.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