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14   
[굿모닝 인터뷰] 14번째 앨범 발표 이문세 "이문세표 힙합 어떨까요"
 
 
▶ 이문세가 자작곡이 담긴 새 앨범과 함께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386세대의 영원한 오빠 다운 미소는 여전하다. [김태성 기자]
"혹시 보톡스 하셨어요? 어쩜 아직도 이마에 주름이 거의 없으세요."

"그럴 돈 있으면 술을 한잔 더 마시게요."

'조랑말' 별명을 떠올리게 하는 다소 길쭉한 얼굴, 기자의 질문을 받아치는 너스레가 예전 그대로다. 재치있는 말솜씨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386세대의 영원한 '오빠' 이문세(45). 하지만 스타들 특유의 '폼' 외에도 알 수 없는 무게가 느껴지는 것은 이제 그만큼 세월이 흐른 탓이리라. 가수로 데뷔한 지 어느새 21년. 그가 1년 반만에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벌써 열네번째 음반이네요. 하지만 이번 음반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져요. 총 열네곡 중에 직접 작사나 작곡을 한 노래가 여덟 곡이나 되거든요. 지금까진 '솔로예찬'의 가사를 썼던 게 전부였죠."

이번엔 '이문세표 발라드'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영훈의 작품은 없다. 대신 녹음을 끝낸 뒤 이영훈에게 코치를 받으려고 들려줬더니 "이젠 내가 필요 없겠군요"하는 농담까지 하더란다.

"힙합.록 등 이제껏 해보고 싶었던 스타일을 맘껏 시도해봤어요."

양동근의 랩이 멋있게 들어간 '유치찬란'은 힙합계열의 노래고, '애국심'은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과 월드컵 경기장을 누비며 느낀 감동을 담은 록 트랙이다.

노영심이 작사.작곡.편곡까지 해준 '내사랑 심수봉'엔 트로트 요소도 엿보인다. 또 신인 작곡가 김미은의 작품인 '왜 이제야 느끼는지'는 "역시 이문세표"라고 할 만한 애잔한 발라드. 그가 작사한 '약한 자들에게'는 펑크 스타일의 노래다.

음반 발매에 앞서 오는 10월 1일 동숭동의 한 소극장에서 열릴 '시음회(試音會)'에선 이 노래들의 아기자기한 뒷얘기까지 팬들과 나눌 예정이다. 앨범 타이틀인 '빨간 내복'의 컨셉트에 맞춰 일부러 공사 중인 공연장을 빌려 1970년대 허름한 선술집 분위기로 꾸민다. CD음원과 영상으로 새 노래들을 들려주는 것은 물론 깜짝 라이브도 선보인다.

방송활동도 곧 시작한다. 생각난 김에 그가 최근 중단된 '서세원쇼'를 이어 토크쇼를 맡게 될 것이란 소문에 대해 물었다.

"5년 전에 했던 '이문세쇼' 때문에 방송 개편 때마다 토크쇼 제의를 받곤 해요. 이번 KBS 측의 제의는 좀더 적극적이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합의를 보진 못했어요. 시청률 경쟁에 매달려야 하는 단순한 오락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밤 12시쯤 토크와 대중음악이 곁들여진 그런 프로를 하고 싶거든요."

후배 양성을 위해 탤런트 박상원과 함께 시작했던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음악에 더 열중하기 위해 지난 7월 완전히 접었다.

"내년 3월께 전국을 도는 세번째 '독창회'를 시작할 생각이에요. 옛날 제 팬이었던 아줌마 부대들을 콘서트장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싶어요."

이번 앨범에 '19세 미만 청취 금지'라는 엉뚱한 경고 스티커를 붙이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스무살 이상은 돼야 어느 정도 자신의 새 노래를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을 거란 얘기다. 그리고 이제 그의 음반을 구입할 대상은 19세 이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문세의 재치가 또 한번 느껴지는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중앙일보) 김정수 기자<newslady@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작성일：2002.09.28